이런 상상을 해봅시다. 학교 매점에 샌드위치가 있어요. 어느 날부터 학생들이 샌드위치를 덜 사 먹습니다. 보통 경제학 교과서라면 “수요가 줄면 가격이 내려가 균형을 찾는다”고 말하죠. 그런데 현실의 매점은 가격표를 곧장 내리지 않습니다. 대신 “한정 이벤트”, “세트로 사면 음료 무료”, “포장을 조금 작게” 같은 방식으로 버팁니다. 이처럼 가격이 올라갈 때는 빨리 오르는데, 내려갈 때는 잘 안 내려가는 성질을 경제학에서는 물가의 하방경직성이라고 부릅니다.
왜 그럴까요? 이유를 하나씩,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장면과 연결해 풀어보겠습니다.

첫째, 사람 사이의 약속과 공정성 감각이 작동합니다. 임금이 대표적이에요. 가게 주인 입장에서 장사가 안 된다고 곧장 시급을 내리면 알바생은 어떻게 느낄까요? “갑자기 깎다니 불공정해”라는 반발이 생깁니다. 노조가 있든 없든, 임금은 사회적 규범과 계약이 얽혀 있어 쉽게 내리기 어렵습니다. 많은 기업이 그래서 임금을 깎기보다 채용을 줄이거나 근무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합니다. 결과적으로 임금이라는 ‘가격’은 아래로 잘 움직이지 않죠.
둘째, 가격을 바꾸는 데도 비용이 듭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메뉴비용’이라고 불러요. 식당 메뉴판, 온라인 쇼핑몰의 상품 페이지, 포장지, 전단지—이 모든 걸 바꾸는 데 시간과 돈이 듭니다. 수요가 조금 줄었다고 매번 가격표를 새로 인쇄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 달은 쿠폰으로 버티자”가 더 싸고 편한 선택이 되곤 하죠.
셋째, 소비자의 심리와 브랜드 이미지가 영향을 줍니다. 가격을 내리면 원래는 더 팔려야 하는데, 실제로는 “갑자기 싸졌네? 혹시 질이 떨어진 건가?”라는 의심을 부를 수 있습니다. 특히 카페처럼 경험과 이미지를 파는 업종은 그렇습니다. 그래서 정가를 지키며 양을 줄이거나(슈링크플레이션), 서비스 구성을 바꾸는 식으로 ‘보이지 않게’ 가격을 조정합니다. 숫자는 그대로인데 실질 가격은 오른 셈이죠. 반대로 내려야 할 때도 숫자를 건드리는 대신 세일·쿠폰·회원가 등으로 우회합니다.
넷째, 경쟁자들 사이의 눈치보기가 있습니다. 동네 편의점 둘이 마주 보고 있을 때, 한 곳이 먼저 가격을 낮추면 상대도 내려야 하죠. 둘 다 이익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서로 “괜히 먼저 내리지 말자”는 묵시적 합의가 생기기 쉽습니다. 법적으로 담합을 하지 않더라도, 모두가 손해를 피하려는 합리적 판단이 가격 하락을 늦춥니다.
다섯째, 세금·임대료·대출이자처럼 쉽게 줄일 수 없는 고정비가 있습니다. 장사가 조금 안 된다고 월세나 이자가 즉시 내려가진 않죠. 원가의 바닥이 단단할수록 최종 가격도 밑으로 꺾이기 어렵습니다.
이제 결과를 봅시다. 하방경직성은 경기 나쁠 때 특히 문제를 일으킵니다. 수요가 줄어 판매가 빠지면, 가격이 부드럽게 내려가 다시 균형을 찾는 게 이상적입니다. 하지만 가격이 버티면 재화·서비스가 남아돌고(재고), 매출이 줄어 고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충격이 옮겨갑니다. 임금을 못 내리니 채용을 줄이고, 실업이 늘며 가계소득이 약해지고, 다시 소비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죠. 교과서의 간단한 수요·공급 그래프에서 균형점으로 ‘미끄러져’ 가기보다는, 마찰이 커서 오래 걸리고 요란한 조정을 겪는 셈입니다.
그럼 정책 쪽에서는 어떻게 대응할까요? 중앙은행은 물가가 잘 안 내려오는 현실을 고려해 경기 침체에서 금리를 내리거나 유동성을 공급해 총수요를 받쳐 줍니다. 정부는 고용 유지 지원금처럼 임금을 깎는 대신 고용을 지키도록 유도하기도 합니다. 기업 내부에서는 정가를 지키며 숨은 할인(쿠폰·포인트), 품질·구성 조정, 서비스 차등화(라이트/프리미엄) 같은 비가격 조정으로 균형을 찾으려 하죠. 숫자 그대로의 “가격” 대신, 주변 요소를 만지며 사실상의 가격을 다듬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한 걸음만 더 이론 쪽으로 가볼까요? 현대 거시경제학에서는 기업이 언제든 자유롭게 가격을 바꾸지 못한다는 가정(‘가격 점착성’)을 모델에 넣습니다. 일종의 “차례표”처럼, 일부 기업만 특정 시점에 가격을 바꿀 수 있다고 가정하면, 충격이 와도 전체 가격이 한꺼번에 움직이지 못해 조정이 지연됩니다. 이 단순한 장치만으로도 우리가 보던 현실—가격은 특히 아래로 잘 안 움직이는 모습—이 그럴듯하게 재현됩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이 일상에서 하방경직성을 관찰할 수 있는 작은 실험을 남겨 볼게요.
카페나 분식집을 몇 군데 정해 3개월만 가격, 양, 구성, 프로모션을 기록해 보세요. 가격표 숫자는 거의 안 바뀌지만, “일시 할인”이나 “세트 구성 바꿈”, “양이 살짝 줄어듦”, “대기시간·서비스 수준 변화” 같은 비가격 조정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보일 겁니다. 눈앞의 숫자만 보던 시야가 넓어지면서, “왜 가격이 쉽게 내려가지 않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붙일 수 있을 거예요.
정리하자면, 물가의 하방경직성은 수요·공급의 원리 위에 사람의 심리, 계약과 규범, 비용 구조, 경쟁의 전략이 얹히면서 생기는 현실의 마찰입니다. 이 마찰 때문에 경제는 충격을 받았을 때 조용히 균형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때때로 고용과 성장에서 더 큰 대가를 치릅니다. 교실 바깥의 세상은 숫자와 그래프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경제학은, 그래프를 그린 뒤 반드시 현실의 사람을 다시 떠올려야 비로소 완성됩니다.
이제 관세를 가져와 보죠. 관세는 수입품에 매기는 세금입니다. 관세가 붙으면 수입 원가가 올라가고, 그 부담은 보통 최종 가격에 섞입니다. 2018년 이후 미국의 광범위한 관세 사례를 분석한 연구들은, 관세의 부담이 상당 부분 미국 내 수입업자·소비자에게 전가되었다고 보고합니다. 즉, “상대국이 낸다”는 구호와 달리, 계산서에 찍힌 금액은 미국 쪽 지갑을 더 얇게 만들었다는 뜻이죠.
그렇다면 관세가 사라지거나 완화되면, 가격이 원래대로 돌아갈까요? 현실은 종종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엔 몇 가지 얽힘이 있어요.
첫째, 메뉴비용입니다. 가격표를 바꾸고, 시스템을 손보고, 홍보물을 고치는 데도 돈과 시간이 듭니다. 소폭의 원가 하락이 있어도 굳이 정가를 다시 내리지 않는 이유가 되죠.
둘째, 참조가격과 심리입니다. 한 번 높은 숫자에 소비자가 ‘적응’하면, 기업은 정가를 지키고 쿠폰·세일 같은 우회로로만 가격을 움직이려 합니다. 실제로 소매 데이터에선 9로 끝나는 가격 같은 ‘가격 포인트’가 끈적임을 키운다는 증거도 관찰됩니다.
셋째, 고정비·계약 구조입니다. 관세 국면에서 재편된 공급망, 장기계약, 임대료·인건비 같은 바닥 비용은 바로 줄어들지 않습니다. 서비스 부문처럼 가격을 내리기 더딘 부문에선 하방경직성이 특히 강하게 나타나죠.
이 모든 게 겹치면, 관세가 남긴 상향 조정의 흔적이 생활물가에 오래 남습니다. 관세라는 정책은 분명 목적이 있습니다. 특정 산업을 보호하거나 협상 지렛대로 쓰려는 의도 말이죠. 하지만 근거 있는 여러 연구가 단기적으로는 소비자 후생의 손실, 수입·수출의 위축, 그리고 관세 부담의 국내 전가를 반복해서 확인했습니다. 이를 두고 “관세가 사실상 소비자에게 부과되는 간접세처럼 작동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다만, ‘산업 보호로 얻는 장기 이익’이라는 반론도 있으니, 정책 효과는 기간·품목·경쟁구조에 따라 엇갈릴 수 있음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다시 매점으로 돌아가 봅시다. 샌드위치 값이 한 번 뛰면, 원인이 해소돼도 쉽게 내려오지 않습니다. 가격표의 잉크만 바꾸면 끝날 일 같지만, 그 뒤엔 계약과 관행, 심리와 비용이 뒤엉켜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관세 같은 정책을 볼 때, 정치의 구호보다 영수증의 숫자를 꾸준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숫자는 사람의 삶을 돌아서 가긴 해도, 결국 지갑에서 만나거든요. 관세가 남긴 높아진 기준선과, 물가의 하방경직성이 만드는 끈적임—이 둘이 겹칠 때, 우리 일상의 샌드위치는 가벼워지기 어렵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웠던 “미국 우선주의” 관세정책은 그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수입 철강·알루미늄, 중국산 전자제품, 소비재에 부과된 관세는 곧장 미국 내 판매가격을 밀어 올릴것입니다. 기업들은 관세를 이유로 제품 가격을 높이고,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지갑을 열 수밖에 없겠지요.

피해는 상대국도 있겠지만 최종적으로는 고스란히 미국 서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올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관세를 낼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수입업자와 최종 소비자, 즉 미국 국민이 그 부담을 지겠지요. 한 번 오른 물가는 하방경직성에 막혀 내려오지 않고, 결과적으로 관세는 일종의 국가가 국민 지갑에서 세금을 빼앗는 ‘강탈 정책’처럼 작동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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